웃음 짓는 자신. 소파에 누워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자신. 조명이 모두 꺼지고, 창이 모두 닫힌 날. 유리는 그 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때 민주는 유리가 자신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뭘 하고 있었을지 짐작도 하지 않았다. 넓은 집에 소파만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던 순간에, 유리는 자신만 보고 있었다. 노란 조명이 뺨에 맺힌 채, 잠들고 있는 자신을 아무 말도 없이 바라봤다. 머리를 살짝 쓸어 이마에 손을 대었다. 잠시 올라오는 열기에 유리가 얼굴을 찡그렸다. 민주는 당시 유리의 심장이 가열차게 뛰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한다. 패드는 그런 유리의 마음을 거듭 증명하려는 듯이 푸른 불빛을 깜박거린다. 유리의 핵심 기억이었다. 가슴 속에서 뭔가 요동친다. 뱃고동처럼 아득했던 것이 이제는 바로 옆에서 온 신경을 바짝바짝 마르게 한다.<br><br>미안해. 미안해. 잠꼬대를 웅얼거리는 자신을 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는 지독히도 슬펐구나. 민주는 유리에게 사로잡힌다. 그리고 들리는 건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 더없이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오로지 하나뿐인 음성. 그래서 찬란하고 잃고 싶지 않은 유리의 목소리가 들린다. 괜찮아. 괜찮아, 민주야. 네가 뭘 했든 다 괜찮아. 아, 너는 왜 이토록.<br><br>민주는 결국 숨길 수가 없어졌다. 비명이라도 질러서 내보내야 했다. 이 애처롭고 어지러운 마음을. 하지만 어떡하지. 유리야, 네가 날 마음에 두고 있으면 어떡하지. 우린 어떡하지. 막연한 사랑이 서로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서. 민주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공포와 황홀이 민주의 마음에서 한바탕 춤을 췄다. 좋아하나 봐. 내가, 어쩌다가 너를 이토록. 민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언어로 대신할 수 없는 것들은 눈물이 되어 민주의 품에 맺힌다. 고조되던 울림은 사랑이었다. 널 향한, 내가 빚을 수 있는 최고의 다정함. 고결함. 선량함. 벅차고 떨리는 마음에 민주는 그간 자신이 구사한 모든 낱말을 잊어버린다. 다만 울어버린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일정한 숨의 박자를 계속해서 놓치면서 한참을 그렇게.<br><br>/<br><br>꿈속에서 너를 또 그렸다. 유리는 몸을 일으킨다. 민주와 지내면서 유리는 소파에서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그 애의 미소를 그리기 위해 소파에 앉아있다 보면 거짓말처럼 잠이 쏟아졌다. 그러면 온통 민주뿐이었다. 꿈결도, 일어난 후에도. 이상하지. 소파에는 잭이 달려있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 당연한 날들 중 하나이리라고. 근데 아니었다. 잠에서 깨어난 유리의 시야에는 민주가 있었다. 유리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면담 도중 잠들었구나. 그럼 잭을 타고, 패드를 통해서 민주는 나의 기억을 다 봤겠구나. 내가 모든 꿈결마다 자신을 그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겠구나. 말할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느꼈겠구나.<br><br>유리는 울고만 싶어졌다. 뭐라도 해명하고 싶었다.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하지만, 네가. 어떤 말이든 하려고 고개를 든 순간 유리는 분명히 바라보았다. 민주는 울고 있었다. 눈물이 툭툭, 하고 소파에 떨어졌다. 민주는 말도 하나 못 꺼내고 울고 있었다. 유리의 목울대에서 무언가가 울컥한다. 자신을 비웃지도, 당황하지도, 여느 때처럼 우습게 넘기지도 못하고 우는 민주가 애처로웠다. 또 꼭 그만큼이나 사랑스러웠다. 민주는 자신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꼭꼭 숨겨왔던 마음 마지막 구석마저 들켜버렸음에도 민주는 동요하지 않았다. 꺼먼 눈동자에 다 담았다. 자신의 지난 생과 운명과 슬픔을. 너는 왜 그걸 짊어지고 울고 있니. 유리 또한 언어를 잃었다.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순간.<br><br>- 그런 것들을 만나면. 유리야, 그냥 이끌려가는 거야. 눈 안에, 품 안에 온전히 담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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